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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감성의 정수, 코펜하겐에서 길을 잃다

by black-rose1 2025. 7. 15.


덴마크 수도에서 만나는 미니멀한 행복, 디자인, 자연 그리고 사람내음을 느낄 수 있는... 북유럽 감성의 정수인, 코펜하겐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북유럽 감성의 정수, 코펜하겐에서 길을 잃다
북유럽 감성의 정수, 코펜하겐에서 길을 잃다

자전거가 도로를 지배하는 도시, 코펜하겐은 슬로우 모빌리티다.


코펜하겐에 도착해 가장 먼저 놀라는 건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끊임없이 지나갑니다. 덴마크인들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죠. 삶의 리듬이며, 도시를 느끼는 방법입니다.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 중 하나입니다. 도심 곳곳에 자전거 전용 도로와 자전거 신호등이 따로 있고, 자전거 주차장도 지하철역과 상점 앞마다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공유 자전거 시스템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여행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이 도시의 풍경은 도시가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슬로우 모빌리티는 여행자에게도 편안한 템포를 제공합니다. 거리를 빠르게 지나치지 않고, 햇살이 떨어지는 운하 옆을 천천히 달리며 도시를 천천히 느낄 수 있습니다. 뉴하운(Nyhavn)의 형형색색 건물 앞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커피 한 잔을 즐기거나,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킹스가든(Kongens Have)에서 여유롭게 독서를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분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입니다.

이처럼 코펜하겐은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줄 수 있습니다. 바쁘게 스폿을 체크하고 다니는 여행 대신, 도시의 공기와 리듬에 스며드는, 천천히 하는 여행이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행복지수 1위의 비밀은 히게(Hygge)라는 라이프스타일.


덴마크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정말 부러운 포인트죠. 코펜하겐을 여행하다 보면 이 행복의 근원이 '히게(Hygge)'라는 개념에 있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히게는 단어로 정확히 번역되기 어렵지만, 대체로 ‘아늑함’, ‘소박한 기쁨’, ‘편안한 분위기’를 뜻하는 덴마크 특유의 삶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히게는 단순한 인테리어나 분위기를 넘어서,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겨울밤, 양초를 켜고 이불을 덮은 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 천천히 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히게의 한 장면입니다. 코펜하겐의 카페나 가정집, 심지어 거리의 벤치에도 이런 감성이 숨어 있습니다. 조명이 너무 밝지도 않고, 사람들은 말수가 적으면서도 친절하며, 무엇보다 자기만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행자들 입장에서는 이 히게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 장소는 바로 노르브로(Nørrebro) 거리입니다.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나 중고 서점, 식물숍, 디자인 소품상점들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은 코펜하겐의 감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로컬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일기 쓰기를 하는 순간, ‘나도 히게의 일부가 되었구나’라는 묘한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코펜하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도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행복은 크고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작고 조용한 시간 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느림과 따뜻함의 철학은 여행 이후에도 삶에 작게나마 영향을 주는 강한 잔상으로 남습니다.

 

디자인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인간 중심의 건축 도시.


코펜하겐은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심플하면서 기능적인 건축물, 자연 채광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창 구조, 따뜻한 원목과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은 도시 전체에 일관된 미감을 불어넣습니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세련됐고, 무엇보다 ‘사람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건축 명소로는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도서관이 있죠. 유리와 강철로 지어진 이 현대적인 건물은 덴마크 왕립 도서관의 일부로, 도시의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건축적 상징입니다. 또한, 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친환경 건축물들, 예를 들어서, 옥상에 텃밭이 있는 공동주택이나, 수열에너지로 난방을 하는 시설들을 보며 ‘지속적인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미 삶의 일부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디자인 외에도 자연과의 조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펜하겐은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시타델레(Citadelle) 성곽을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수퍼킬렌 공원(Superkilen)에서 세계 각국의 문화적 오브제를 구경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철학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디자인이 단지 보기 좋은 것이 아닌, 사람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라는 철학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토록 섬세하고 인간적인 도시를 걷다 보면, 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코펜하겐은 북유럽의 차가운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가장 따뜻한 도시입니다. 자전거가 달리는 거리, 향긋한 커피 냄새가 풍기는 노르브로의 골목,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까지도. 이 도시는 바쁘고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자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줍니다. 한 편의 소설 속의 장면을 떠 올리게 하는 곳. 코펜하겐.

코펜하겐을 여행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아주 북유럽적인 대답을 듣는 경험이죠. 그러니 이 도시를 여행한다면 유명한 명소보다도, 그 사이에 틈틈이 숨어 있는 순간과 감정에 더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코펜하겐은 그 작은 틈에서도 진한 그리고 가장 큰 감동을 주는 도시니까요.

행복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